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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 없이 말이 차갑게 나갈 때가 있는데 그게 누적되면 사달이 난다.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한 기분이 쌓이고 쌓였다가 정말 별것도 아닌 한마디, 걱정이 돼서 했던 말조차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와르르, 서운함이 쏟아진다. 나는 여자의 이 회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말이 차갑게 나갔다 싶으면 즉시 수습한다. 아주 나쁜 새끼네. 말하는 거 봐라 이거. 정신 안 차리냐. 내가 나를 패고 있으니 너는 담아두지 말란 의미로, 미안함에 장난기를 섞어 조금은 격하게. 그러면 풀린다. 뭐 알 순 없어, 풀린 척해준 건지도. 단순하고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는 편인 사람을 만난 게 복인 줄 알아, 나 없이 어떻게 살래? 그러지만 항상 그렇기야 할까. 자신에게도 상처입히고 사는 삶인데 나 아닌 사람과 발맞춰 함께 걷는 게 보통 일이겠니. 알게 모르게 너는 내게 얼마나 다쳤을까 생각하게 되는 밤. 내가 내 부모에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라 말하는 너. 그건 좋아하는, 이라기보다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에 가깝다. 니가 살뜰히 보살펴 준 덕분에 나는 위험한 첫해를 잘 지나와 아직 이 세계에 발 딛고 있는 것만 같고. 활인이 업이라면 너는 이미 팔 할을 쌓았겠다. 아, 핑 돌게 좋은 새끼. 내 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