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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3
그리움이나 고마움 외엔 아무것도 말아. 홀로 울기보다 기대기를 바라. 쓸쓸한 자리 오래 돌아보지 말고. 문밖으로 향하는 걸음에 어서 힘이 들어갔으면. 남은 사람이 가엾지. 떠난 새끼 뭐 어쩌라고. 그래서다. 니가 많이 울까 봐 그 꼴 보기 싫어서 선빵 치느라 더 크게 울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디 고장 난 새끼처럼 불쑥 흘러 죽겠다. 그런들 너만 할까. 안다. 이별은 다가올 것이고, 학습은 전혀 되지 않을 것이므로 머지않아 나는 나대로 끝없이 침몰하겠지만 미안함은 없어야겠기에. 오늘 하루도 많이 사랑해.
September, 2022
충분히 위로받는 시간을 보내도 결국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하면 해결이 안 난다. 스스로 안는 법을 잊은 지 오래라 두고 볼 뿐이다. 이런 시간이 괴롭다. 마음 쓰지 못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돈 쓰고 스케줄을 구겨 넣어 바쁘게 만드는 것뿐이다. 루틴이 박살 나 오늘까지 헤맨다. 영혼이 빠져나가 혼자 돌아다니는 와중 껍데기만 움직이는 기분. 씨발, 화노니니냐. 정리하려 몇 줄 쓴다만 이것도 지랄에 불과하고. 모든 선의가 사라지고 악만 남은 관계는 그만 접어야 맞는데 그걸 못해 긴 세월 나아진 것 없이 보다 최악인 현재만 확인했다. 분명 끊어야 할 때. 다만 목적한 바를 잘라내기 위해 먼저 끊어야 할 고리가 안타깝고 애틋한 당신이라 어쩌면 자주, 오래 아프겠다. ‘건강히 잘 지내세요.’ 너나 나나 다 별..
April, 2022
여행을 다녀온 사이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선생이 외부여과기 청소를 했다. “형 돌아오시면 피곤할 텐데 쾌적하시라고요.” “거 하고 나면 너는 상당히 안 쾌적해질 텐데? 휴가를 왜 그딴 데 써 인마. 날씨 좋다, 나가 놀아.” 그러나 기어이 해보겠다기에 하다 제정신 들면 당장 말아라. 시클리드 나약하지 않으니 물 좀 어수선해져도 잘 견딘다. 당부했지만 이 새끼는 기어이 그걸 다 했다. 3자광 하이, 3자광, 2자광 수조의 여과기는 메인만 해도 무려 다섯 대. 거기에 보조여과기 한 대씩 끼고 있어 도합 열 대에 여과재만 못해도 40리터다. 입출수관 한 쌍씩 다섯 쌍. 물 보충 내지 환수는 덤이고. 이건 뭐 미친놈이 아닐 수 없다. 나라면 먹지 못할, 아니 안 먹을 마음. 나는 이제 네놈의 구피에게 뭔가 보답..
March, 2022
부러 가치를 눌러버리고 날개를 꺾어두려는 오너들이 있어. 휘말리지 말고 자신감을 가져. 니가 그 일을 접는다면, 내가 너를 고용할 거라는 말은 그저 하는 위로가 아니다. 갖고 싶은 너의 자세. 평생 엮어두고 같이 가고 싶은 새끼야 너에게는 내게 절대 없는 게 있어. 종종 제대로 어른이네, 생각 드는 지점이 있고 그런 때마다 니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나는 또 얼마나 다행인지. 나야. 덮어 놓고 편들지 않아. 믿어도 돼.
Feburary, 2022
재검 결과 정상 범위 내 맥스 수치까지는 떨어졌다. 간 수치도 좋아졌다. 내 기대엔 못 미쳤다만, 2주 만의 결과로는 훌륭한 거라고. 처방 사료는 계속 먹이라는데, 힐스 k/d는 이제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다. 기존에 먹이던 보조제는 계속 금지, 유산균에 간 보조제만 추가하기로. 신장 모양은 괜찮고 심장도 문제없음. 지난번 발견됐던 결석도 크기와 위치 유지 중. 담낭 관련 수치는 안정권이기는 하나, 지켜봐야 하는 수준으로 나왔고. 무리 되지 않을 정도로만 산책하고 피곤한 상태를 만들지 말라고. 그러니까 요지는 좋아졌고 조금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반드시 지금처럼 유지 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일. 처방 사료, 물, 보조제 둘, 산책. 끝. 새끼도 나도 훌륭한 결과에 그렇지 못한 표정..
February, 2022
손절의 서, 뭔가 초탈한 척은 하는데, 타인에 대한 분노와 부러움이 터져 나오는 거야. 본인이 제일 불쌍하면서도 타인을 세목별로 불쌍해하고 내려다보고. 동정심으로 포장하지만 깔보고 빈정거리는 내용이 전부잖아. 그딴 관계를 친구라 부르고 앉았네. 본인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힘은 없고 남의 문제에 온갖 오지랖을 부리는데 대개 도를 지나치고 주제 모르고 선 넘는 일이 허다하다. 일전에 너도 당했고. 이 오지랖을 이용할 줄 아는 인간을 만나면 이용당했다는 느낌에 분노 게이지와 고통 수치가 동반 상승하거든. 이걸 또 고통을 통한 인생의 깊이, 내지는 경험을 통한 성숙이라 마스터베이션 질을 해. 징그럽지. 자존감 충전을 위한 또 다른 방식으로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후빨을 강요하는데, 공감과 동의를 맡겨놓은 것도 아..
February, 2022
아마도 마지막 발치가 되리라. 때마다 부담되는 마취로 전날 잠 설치고 병원엘 갔는데. 혈액검사에서 마취 불가 판정을 받는다. 결과는 신부전. 간 수치도 높고. 나는 내 병신같은 나약함에 대해 생각한다. 오직 사료와 물, 원칙을 알고 잘 지켜왔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드니 뭐라도 조금 더 해주고 싶었던 약해빠진 마음. 영양제 네 종류가 무리가 됐던가. 씹는 재미 보라고 말려 주었던 닭가슴살이 문제가 됐던가. 노령견에겐 모두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씨발 그냥 내 멱살을 잡아 흔들고 싶다. 신경 써 잘하려고 했던 일들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수반하지는 않는다. 허탈하고 무기력해지는 지점이다. '선생님, 영양제와 닭가슴살 주기 시작한 건 반년이 넘습니다. 미쳐버리겠네요.' '늦지 않게 캐치한 것으로..
December, 2021
금어가 떠난 어항을 한동안 방치하다가 이러다 흉물이 되겠다 싶어 다잡고 천천히 리셋. 내 정신 건강을 위해 원래 있던 시밀리스와 새로 들일 음부나와 폴라블루로 세 개의 어항 세팅. ‘덜 먹여도 더 먹여도 걱정’ 으로부터 해방. 아름이 사룟값을 능가하는 먹성. 그리고 깨달음. 결국 내게는 세팅의 재미나 물멍의 평온함보다 밥 주는 즐거움이 가장 컸다는 사실. 금어는 지금 상황에선 병행 불가. 욕실을 리모델링해 물방으로 만들든, 정원에 연못을 파든 차고 넘치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때나. 십년을 산다는 말이 거짓말이 되지 않으려면, 최적의 환경에서 최소의 개량종으로 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죽이면 또 사고 죽이면 또 사는, 이 짓은 할 수 없다. 와중에 크라운 로치를 들여 잠깐 데리고 있다가 분양. 이름처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