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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23
십 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 2013년 1월 16일 발매 십 년 후 생일에 니가 부른 이 곡을 다시 듣게 될 줄이야. 그때는 알았겠냐고. 징그러운 새끼. 눈 코 입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좋은, 이뻐서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는, 존재만으로 왁 씨발! 다행이야 싶은, 너에게 혹은 또 너에게, 그래서 지금 나에게. 그거면 됐다.
June, 2022
어떤 밤, 깨달음. 비교적 잘 자는 요즘, 작정하고 일어나 깬다. 이런 건 나쁘지 않다. 풀리지 않으면 끊기로 마음먹는다. 끊는 일이 회피나 도망인가에 대해서도 오래 생각했다. 결국 비로소 내가 사는 일, 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있어. 너는, 죽은 사람을 향해 고개 돌리지 말라 했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걸으라 했다. 그 밤 그 말을 잊지 않는다. 눈물이 조금 났고 이를 악문다. 이제 내가 잘할게. 잘해 볼게. 바로, 제대로 일어설게. 이 터널도 끝이 멀지 않았다. 충분히 아팠다.
April, 2021
그날의 기억은 오래 남아있고 아직도 이따금 아프다. 다시는 비슷하게 놓치고 싶지 않아서. 어떤 일에서건 무서운 건 포기하고 돌아서는 내 마음이다. 내 역사를 통해 나를 이해하는 당신이, 아마도 그래서 그런가 봐 해줄 때, 나는 그 이해의 말이 좋았고 지겨울 만도 한데 기꺼워해 고마웠다. 오래 귀 기울이는 일은 인내심이 아닌 고운 심성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걸 잘 알아서 네게서는 완전히 무너진다한들 나는 내가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까, 아이스크림이나 쿠키보다는 화창할 목요일을 주면 좋겠네.
August, 2020
나를 키우고 가르친 말들을 정리해나가다가, 힘들었나. 어려웠나. 라는 생각보다는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지키려 하겠구나. 애쓰겠구나 싶다. 힘들고 어렵고 지쳤어도 나 좋아서 지켜낸 일이 맞구나 싶고. 원망 같은 건 없다. 그저 대화 불능이라 멈추고 산다. 당신을 미워하기에는 존경하고 안아 볼 이유가 많다. 여전히 그렇다. 내게만 유독 잔인했어도, 당신을 참을만한 다른 이유가. 이해는 그저 참는 것이 아니라니까 이런 마음 정도를 이해라 부를 순 없겠고, 다만 끝까지 참겠다. 내게 왜 그랬냐는 질문을 당신에게만은 끝내 할 수 없다. 아니, 할 일없다. 짐작하고 있는 정도로 둔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든 당신 답을 바꾸지 마시라. 끝까지 밀고 가시라. 사과할 생각 같은 건 절대 마시라. 그게 나를 죽이는 일이..
July, 2020
“멋대로 살아. 새끼야. 진짜 존나게 쪼대로.” 생각해보면 다 틀렸어 싶은 것들밖에 없는 세상이라 자주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는 가운데에서도 함부로 처참해지진 말자. 핑계 없이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꾸준히 찾고 발견하자. 그러다 보면 큰 탈 없이 이만큼 세월 흘러 있겠지. 또 오늘처럼 어떤 한 시절로 말해질 날도 틀림없이 오겠지. 지금 내 무릎에서 한잠에 빠져든 우리 강아지, 이 작은 숨소리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May, 2020
의도 없이 말이 차갑게 나갈 때가 있는데 그게 누적되면 사달이 난다.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한 기분이 쌓이고 쌓였다가 정말 별것도 아닌 한마디, 걱정이 돼서 했던 말조차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와르르, 서운함이 쏟아진다. 나는 여자의 이 회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말이 차갑게 나갔다 싶으면 즉시 수습한다. 아주 나쁜 새끼네. 말하는 거 봐라 이거. 정신 안 차리냐. 내가 나를 패고 있으니 너는 담아두지 말란 의미로, 미안함에 장난기를 섞어 조금은 격하게. 그러면 풀린다. 뭐 알 순 없어, 풀린 척해준 건지도. 단순하고 나쁜 기억은 빨리 지우는 편인 사람을 만난 게 복인 줄 알아, 나 없이 어떻게 살래? 그러지만 항상 그렇기야 할까. 자신에게도 상처입히고 사는 삶인데 나 아닌 사람과 발맞춰..
June, 2019
배움이든 취미든 일 년에 하나씩, 뭔가를 했고 빠졌다. 내 호기심은 편협해서 관심 생기는 대부분은 구도와 조형으로 이루어지는 것들. 이제 시작하려는 물생활마저. 다 재밌긴 한데 집중력이 필요해 머리깨나 아프다. 내가 지금 가장 심란한 부분은, 멀쩡한 생물 데려와 날마다 폐사시키는 짓을 하게 될까 봐. 시행착오 과정에서 죽어 나가는 일은 불가피할 텐데 그 상황을 감당할 것이 몹시 부담된다. 내가 대단히 붓다적 사상을 가져서는 아니고. 거기 두면 살 놈을 여기 데려와 죽이는 짓을 하고 그걸 목도할 일, 다만 그 찰나가 괴로운 것이다. 이래저래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다. 나쁘고 이기적이다. 이거 다 나 예쁜 거 보자고, 나 좋자고 하는 짓이다. 알면서도 시작한다. 아, 이 부조리 시발. 때려치우게 된다면 아마..
June, 2019
“수야,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 “옷이 왜 없어요.” “섬유유연제 냄새가 바껴서 입을 수가 없다. 수건도 못 쓰겠다.” “유연제가 왜 바껴요.” “몰라. 냄새가 다르다. 바꼈다.” “괜한 트집 잡지 말아요.” 어머니는 일 봐주시는 분께 확인 전화까지 했다. 당연히 바꾸셨을 리 없다. 요새 아버지랑 사이도 별론데, 더 얄미워져서, “가지 말고 쭉 더 계시죠?” 밤에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웃는다. “너무 닮았다. 당신은 정말 너무 아버님 아들이야.” 어. 나도 웃지만, 이 웃음이 누굴 향한 건가 싶다. 있잖아, 나를 속상해 말고 아버지를 서운해 마. 그날 행여 끌어안고 눈물이라도 보이셨으면, 아마 더 힘들어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형이랑 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