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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놀게 해주려고 부러 풀빌라로 간 것인데.
즐기기는커녕 구명조끼를 벗고 격하게 매달린다.
안정되자, 몸을 깊숙이 넣고 예쁘게 물을 가르기 시작.
수영하는 강아지의 꼬리란, 녹는다 녹아.
바비큐 하느라 고기 냄새 진동하는 와중에도
얌전하게 기다리고 지키는 의외의 매너에 놀람.
밥 먹을 땐 인간도 안 건드리는 개였습니까?
제약이 많을 줄 알았는데 어디를 가나 모두 친절했다.
뭣보다 잘 먹고 잘 싸고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해줘서 다행.
호기심도 조심성도 두루 보여줘서 고맙다.

와인 두 병 까고 잠들어 눈을 떴는데 새벽 세 시 근처.
아름이가 물을 먹고 있다. 어쩐지 뭉클하다.
그때부터 잠이 오질 않아 옆으로 마주 보고 누웠다.
한밤, 작고 까만 눈이 반짝 빛난다.
등을 쓸다가 꼬리를 꼭 쥐었다.
미간을 쓸어주다가 톡톡 코를 쳤다.
이마에 키스하고 발바닥에 코를 갖다 대고 들숨.
피곤하고 귀찮을 텐데 가만히 허락하는 새끼.
오늘도 건강해 줘서 고마워.
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얘는 오늘을 기억할까. 끔찍한 구명조끼,
물 싫은데 못된 주인 새끼, 으씨. 그러면서.
다 너무 늦은 것만 같아서 마음이 자꾸 조급해진다.”
“그런 생각 말고 매일 오늘을 살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