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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등에 쓸 말을 여러번 고쳐 썼다. 다이어트, 주택청약 당첨, 포르셰 카이엔, 첫 책 대박나게 해주세요. 뭔가 다 내 진짜 소원이 아닌 것 같아 빗금을 쳐서 지워버렸다. 아마도 그러는 사이 구멍이 나버린 것이겠지.
나는 결국 풍등에 두 글자만을 남겼다.
규호.
그게 내 소원이었다.

늦은 우기의 바캉스, 박상영

퀴어 소설이라 그런가.
읽는 내도록 빗장 풀지 못했다.
전제를 떠나면, 남을 문장들이 많았을 텐데.
경직된 채로 대부분 빠르게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마지막 단편,
마지막 문장에서 누그러진다.
규호.
그게 내 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