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이 넘어가면 조금 꺾이는 모습을 보일 거라던 수의사의 말처럼, 누워 지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수시로 공을 물고 오고 간식을 내놓으라 보채던 새끼는 잠이 늘었다. 나는 녀석이 자기 에너지를 꽤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고 믿는데, 분리 불안 앞에서는 소용도 없다. 침실에서 거실로 책방으로 욕실로 종일 움직이는 내 걸음을 쫓는다. 가만히 있어도 돼. 금방 돌아오잖아. 한 곳에 앉아 쉬면서 눈만 이리저리 굴려도 좋을 텐데, 왜 저러고 필사적으로 따라다니는 것인가. 마음 아프게. 포대기라도 사서 업어야 할 판. 두두, 어부바.
오늘만 사는 개들은 설렘 따위 없어서, 이제 곧 나갈 거라는 확실한 상황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미리 들뜨는 법이 없다. 그런데, 좋았던 날의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 그때의 물건들을 단번에 알아본다. 아이스박스를 질질 끌고 전실까지 내놨더니만, 전실 문을 박박. 아주 그냥 신이 났어. 지금 갈 거 아닌데? 혹시 설레는 거야? 아니, 지금 갈 거 아니라서 스트레스 주인 새끼야.
개가 좋고. 개 같은 사람이 좋다. 이런 개 같은 너. 언젠가 나 분리 불안인 것 같아. 했을 때, 껌을 던져주지 말았어야. 차라리 그 불안에 뛰어들어 함께 달달 떨어주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 신발을 물어뜯고 전선을 아작 냈을 때, 기어이 울부짖고 말았을 때, 혼내지 말았어야. 일요일 오후 네 시, 달빛 좋던 그 많은 밤들, 외롭다는 시그널을 외면하지 말았어야. 사무친다. 개와 개 같은 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