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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위로받는 시간을 보내도 결국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하면 해결이 안 난다. 스스로 안는 법을 잊은 지 오래라 두고 볼 뿐이다. 이런 시간이 괴롭다. 마음 쓰지 못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돈 쓰고 스케줄을 구겨 넣어 바쁘게 만드는 것뿐이다. 루틴이 박살 나 오늘까지 헤맨다. 영혼이 빠져나가 혼자 돌아다니는 와중 껍데기만 움직이는 기분. 씨발, 화노니니냐. 정리하려 몇 줄 쓴다만 이것도 지랄에 불과하고. 모든 선의가 사라지고 악만 남은 관계는 그만 접어야 맞는데 그걸 못해 긴 세월 나아진 것 없이 보다 최악인 현재만 확인했다. 분명 끊어야 할 때. 다만 목적한 바를 잘라내기 위해 먼저 끊어야 할 고리가 안타깝고 애틋한 당신이라 어쩌면 자주, 오래 아프겠다. ‘건강히 잘 지내세요.’

너나 나나 다 별론데 괜찮은 인간인 척 깝치지 좀 말자. 본인에게 우아한 상상력 그만 발휘해라. 너 존나 별로니까. 개가 개라 인정하면 그나마 덜 역겹다. 주제에 왜 인간 행세를 하나. 어떤 경우에도 나는 나를 포장하지 않겠다. 허위로 살지 않겠다. 선이든 악이든 어느 지점에 섰든 명백히 보이고 제대로 처분받겠다. 일방적 이해를 바라지 않겠다. 공정히 나누겠다. 지금도 앞으로도 이대로만 가겠다. 이 선로를 이탈하면 가차 없이 버려라.

저 먼 과거 유사 상황에서 나는 가장 가까운 사람부터 모질게 쳐내고 동굴로 기어들어 가 몇 날 며칠 앓았다. 무너지는 꼴 보이고 싶지 않았고 내 불행에 동참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게 내게도 상대에게도 아주 좆같은 짓이라는 걸 알아서 이제는 붙들고 쏟아내고 운다. 너는 살갑고 나는 슬프다. 아직 여기라서. 겨우 여기라서. 그래서 많이 미안해. 많이 고마워. 물에 잠겨 당신 생각했어. 나를 살리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