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얼마전 아버지가 수술을 받으셨다. 오지말라고 엄포를 놓으셨는데, 당일 밤 몰래 찾아가, 주무시는 모습만 뵙고 돌아왔다. 걱정이 되어서가 아니라, 그냥 뵙고 싶어서 다녀왔다. 한없이 무너지는 기분일 거라 상상해왔는데, 이상할만큼 담담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니, 믿기지도 않고 너무 말이 안돼서, 슬프기보다 화가 났던 것 같다. 경과도 좋고 회복속도도 좋단 이야길 듣고나서야 만 하루를 몸살로 앓았다. 살며 얻게 되는 것도 분명히 많았고, 많을 텐데. 어떤 날은 이거 끝도 없이 잃겠구나. 계속 잃어가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가득 찰 때가 있다. 그러면 막막하다. 그 끝이 사람일 때는 머리에 구멍이 난 것 처럼 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