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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 살아있는가?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렇게 물었다. 그러고는 넋을 잃고 바라보던 구름의 무늬에서 눈을 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는 어쩌면 그토록 사랑했을까. 무거운 배낭에 허리가 꺾이는 길 위에서도 나는 쓰러지고 싶지 않았다. 내 걸음이 그대를 잊었는가. 그사이 나는 걸음을 걸을 때면 되도록 마음을 줄이고 발걸음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제 아주 명백한 느낌이 든다. 내 눈을 반쯤 감고서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다. 눈물이 갑자기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죽어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게 되고서야 죽겠다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다만, 아주 오랜만에 그대를 묻는다. 그대 아직 살아있는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아, 그대의 마음을 제아무리 궁구해도 답은 없다. 그대가 사랑했던 이는 지금에도 그리고 그때에도 그대에게서 너무 먼 곳에 있다. 그대가 안았던 육체마저 혹 그대의 허공이 아니었을까. 다시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고백할 것을 안에 쌓아두고 함구하지도 마라. 다만 사랑을 잊고 하루하루 타박타박 걸어라. 그대의 허공을 처절하게 사랑한들 그것이 어찌 상대에 대한 극진함이겠는가. 그것은 다만 꿈속에서 꿈을 꾸고, 생시에서 그대의 사랑을 뒤돌아 외면하는 일.

여행생활자, 유성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