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순정하지 못한 자가 되어, 내 그대를 그 어떤 사랑의 진경 속으로 데려가겠는가. 우중에 새벽 같은 너의 곁을 지키지 못한 채 스스로 버림받은 자가 되어 쫓기듯 떠나니 용서키 바란다. 나는 내 사랑에 대한 기대가 기적만큼 너무 컸던 모양이다.
당신이 그 여인에게 무슨 말을 그토록 간절하게 속삭이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압니다. 그것이 얼마나 사적이고 내밀한 속삭임이었을지를. 그래서 아무나 함부로 물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의가 오가던 순간이었겠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요청해보면 안 될까요? 당신은 소통의 임무를 부여받은 작가이니 독자인(그래도 조금은 사적인) 내게 그 얘기를 들려줄 수 없겠느냐고요. 쓰다보니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여전히 누군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과거에 받은 상처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어쩌면 이 상태 그대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 같아 지레 겁이 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간곡히 청해봅니다. 내게도 그 말을 들려줄 수 없나요? 당신이 그 여인에게 속삭였던 바로 그 말들을요.
그대는 먼 곳에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록 잠들어 있으나 바로 여기, 지금, 나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내 손길이 느껴지지요? 그대는 잠결에 내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꿈에서 나를 보고 있지요? 밖에는 지금 먼 데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를 모로 지나쳐 또한 먼 곳으로 불어가고 있습니다. 바람의 소리가 귓전에 들리지요?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윤대녕
당신이 그 여인에게 무슨 말을 그토록 간절하게 속삭이고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압니다. 그것이 얼마나 사적이고 내밀한 속삭임이었을지를. 그래서 아무나 함부로 물을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의 비의가 오가던 순간이었겠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요청해보면 안 될까요? 당신은 소통의 임무를 부여받은 작가이니 독자인(그래도 조금은 사적인) 내게 그 얘기를 들려줄 수 없겠느냐고요. 쓰다보니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여전히 누군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과거에 받은 상처나 아픔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지요. 어쩌면 이 상태 그대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 같아 지레 겁이 납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간곡히 청해봅니다. 내게도 그 말을 들려줄 수 없나요? 당신이 그 여인에게 속삭였던 바로 그 말들을요.
그대는 먼 곳에 혼자 있는 게 아닙니다. 비록 잠들어 있으나 바로 여기, 지금, 나와 함께 숨 쉬고 있습니다. 내 손길이 느껴지지요? 그대는 잠결에 내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꿈에서 나를 보고 있지요? 밖에는 지금 먼 데서 불어온 바람이 우리를 모로 지나쳐 또한 먼 곳으로 불어가고 있습니다. 바람의 소리가 귓전에 들리지요? 이렇듯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전히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윤대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