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가령 오늘 죽었다면 그는 둘이서 살며 정든 그 방에서 계속 살아가리라. 그는 나의 기척이 구석구석 스며 있는 그 거실에서, 매일 아침 커피를 끓이리라. 둘의 몫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몫. 그 커다란 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남편은 늘 냉장고에서 꺼낸 병에서 커피 가루를 덜어 필터에 담는다. 그 모습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상상했다. 내가 맛있다고 해서, 남편이 항상 커피를 끓여준다. 하지만 내가 없으면 칭찬해 주는 이 하나 없는데도, 그 방에서 그 빛 속에서 음악을 쾅쾅 틀어놓고 말없이 커피를 끓이리라. 그 광경에, 가슴이 메었다. 그리고 올해 오늘 이 밤, 어렸을 적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일로 가슴이 멜 수 있는, 이런 순간이 내 인생에 찾아왔다는 것이 그저 한없이 기뻤다.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