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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이렇듯 힘찬 줄, 몰랐다. 말없이 밝아 오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어떤 예술가도, 점점 변해 가는 이 파란 기운을 종이에 담을 수 없다. 파르스름한 하늘을 배경으로 흔들리는 나무들을 필름에 담아 봐야, 이 시원한 바람은 찍지 못한다. 그런데도 해보려고 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얼마나 사랑스러운 성품인가.

평생 찾아다니다. 찾으면, 돌아와, 필요하니까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자. 그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고통이 사그라든다. 하지만 아침이 오면, 역시 그만두자.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 또 아픔이 밀려온다. 참 내, 이별이란 이 얼마나 성가신 것인가.

꿈속에서는 하치가 인도로 가게 되어 있지 않고, 막 여름 방학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언가 잊고 있는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그것이 슬픈 일이고, 몹시 중요한 일인 듯도 하였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 설정 속에서 나는 아무 문제도 없는 여고생 같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평범하고 돈 안 드는 데이트 스타일이 고리타분해질 때까지, 두 사람의 수입으로 방을 빌려 필사적으로 살아가게 될 때까지, 어린애가 생길 때까지, 나이 들어 시골에서 둘이 살게 될 때까지, 그런 나날을 계속 하자, 일요일마다. 하치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고 말한다. "우리 둘이 나이가 들어서도 영원히 잊지 말자. 약속한 날을 기다리는 설레는 기분을. 비슷비슷한 밤이 오는데 절대로 똑같지 않다는 것을. 우리 둘의 젊은 팔, 똑바른 등줄기. 가벼운 발걸음을. 맞닿은 무릎의 따스함을." "당연한 일을 가지고, 뭐 그렇게 잘난 척해, 무슨 영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기가 차서 내가 말한다. 거기서, 눈을 떴다. 신기하게도 하치는 깨어 있었다. 옆에 있는 어깨가 꿈에서 깨어났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아직도 사방은 파랗고,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동그랗게 뜨인 투명한 눈이, 똑바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꿈속과 똑같은 눈길이었다. 하치, 라고 이름을 불렀다. 어? 라고 하치가 말했다. 나는 울음이 나왔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