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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여자들이 섹스 전, 섹스 중, 섹스 후에 끊임없이 '나를 사랑하느냐'고 물어본다. 남자들은 섹스 중에 '좋으냐'고 물어보고 섹스 후에 '좋았느냐'고 물어본다. 섹스 전에 '좋을 것 같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드물다.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말수가 적다는 오해는 이런 사례들이 하나둘 모여서 생겨난 것 같다. 내 생각에 남자들이 '사랑하냐'는 거듭된 여자들의 질문 공세를 너무 불편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사실 'YES or NO'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어려운 게 아니니 말이다. 어려운 건 주관식이다. 이를테면 '내가 얼마나 좋아?' 같은 양형 측정의 질문이라든가 '나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야?' 따위의 존재론적 확인, 그리고 '작년 이맘때 갔던 레스토랑 생각나? 그때 우리 뭐 먹었지?'라는 불시의 테스트들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처음부터 말수가 적은 캐릭터를 구축해놓는 게 제일 좋고(그이는 남자답게 과묵하니까……), 두 번째는 모범 답안을 평소에 미리 좀 만들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자기 여자를 위해 그 정도 공은 들일 수 있다고 본다. 다음은 "나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야?"라는 질문에 대해 제시하는 하나의 모범답안이다.

"아주 추운 겨울날이었어. 손이 꽁꽁 얼고 귀가 시려서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손으로는 연신 귀를 주무르며 종종걸음으로 집에 오고 있었지. 그런데 멀리서 보니 집 근처 쓰레기봉투 버리는 자리에 고양이가 있더라. 이 추운 날 쟤도 고생이구나 하면서 다가가니 뭔가에 열중했는지 사람이 온 것도 눈치채지 못하는 거야. 자세히 보니 음식물 쓰레기봉투 안에서 닭 뼈다귀를 꺼내보겠노라고 아등바등하고 있더라고. 날이 추워서 쓰레기도 얼어붙은 데다 매듭이 워낙 바짝 묶여 있어 뜻대로 안 되는 눈치였지. 닭 뼈다귀에 뭐 먹을 게 있다고 저걸 못 꺼내서 안달복달일까 하고 마음이 짠하더라. 그래서 집에 들어가서 사기그릇에 고양이 사료를 담아서 나왔지. 문소리가 나자 황급히 달음박질쳤던 녀석은 내가 그릇을 놓고 멀찍이 떨어진 사각지대로 들어가니 그제야 슬금슬금 기어 나와서 사료를 먹기 시작하더라고. 눈치를 살살 보며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웃긴 건 녀석이 사료를 다 먹고서 다시 음식물 쓰레기봉투로 돌아가서 끝내는 닭 뼈다귀를 빼내더라고. 이미 내가 준 사료로 배가 꽉 찼을 텐데도 말이지! 살 한 점 안 붙은 닭 뼈다귀를 입에 물고 의기양양하게 사라지더라니까."

"그래서? 그게 지금 내 질문이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고양이고, 넌 그 닭 뼈다귀라는 얘기지."

고양이와 닭 뼈다귀, 정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