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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 좀 봐"
거대한 나무를 가리키며 그 애가 말했다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였다 무수히 뻗어 나온 가지와 잎들이 일대를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고 있었다 어디서 솟아난 것일까 저렇게 큰 나무를 본 적이 없다 그 애의 팔이 자꾸 내 몸에 닿는 것이 신경 쓰인다

팔월의 열기도 나무의 어둠 아래로는 미치질 않았다

"이곳은 누가 선이라도 그어놓은 것처럼 캄캄한 것과 환한 것이 나뉘어 있구나"

그 애가 말할 때,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 애로부터 멀어지려고 그랬다 나뭇잎이 이렇게 섬세하고 무엇인가 잔뜩 돋아나서 징그럽다는 것을 그 전엔 왜 몰랐을까

오늘은 그 애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나온 것인데,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 애는 말했는데, 그 애는 아무런 말도 해주질 않고
그 애는 어째서 나를 이 깊은 산 속으로 데려왔을까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알 수 없는 모든 것이

나쁘지 않다

나의 마음은 기묘하게 뒤틀려가고 있었으나 점차로 모든 것이 명료하였다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곳에는 우리 두 사람뿐이구나

그러한 생각에 도달했을 때,

우리는 나무 아래 완전한 어둠 속에 있었다 그 애의 팔이 내 몸을 감싸 안은 채였다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 애가 말했다

명료하게 미지근한 그 애의 체온이 내게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서정, 황인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