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씨발이라고 했다. 우는 너를 보고 나는 화가 났다. 그때는 네 옆에 잠시라도 있으려면 널 괴롭혀야 했다. 너와 눈을 맞추려면,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네게 알리려면, 너에게 나란 존재를 새겨 넣으려면. 다정하게 말을 걸 수도 있었지만, 혹시라도 너의 무표정을 보게 될까봐 겁이 났다. '안녕'하고 말했는데 '안녕'으로만 끝날까봐. 아니, 그 인사조차 돌려받지 못할까봐.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겉치레 인사 말고, 너의 고유한 표정과 감정을 갖고 싶었다. 네 머리채를 잡아당기면 분명 네가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화를 내면서 하지 말라고, 아프다고 말할 줄 알았다. 그러면 나는 깐죽거리고 싶었다. 왜? 왜 하면 안 되는데? 시비 걸 듯 놀리면서 우리만의 특별한 시간을 고무줄처럼 쭉쭉 늘이고 싶었다. 그런데 너는 화를 내지 않고 조용히 울었지. 내가 어쩌지도 못하게. 다정한 말을 건네는 게 겁이 나서 신발이나 내던지는 내 앞에서. 정작 화를 내야 할 사람은 너였는데, 내가 화를 내고 말았다.
나에게 화가 났어. 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널 괴롭게 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 내 마음이 널 괴롭게 했다. 처음뿐 아니라 우리 함께한 지난날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이 널 괴롭혔고, 괴롭히고 있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다른 이들도 그러할까. 죽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담아. 이 멍청아. 이젠 됐어. 넌 다 했어. 이 장례를 끝내야지. 끝내고 살아야지. 아주 오래 살아야지. 너도 여기 있고 나도 여기 있다. 네가 여기 있어야 나도 여기 있어. 밖을 봐. 네가 밖을 봐야 나도 밖을 본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살아. 담아. 이 바보야.
구의 증명, 최진영
나에게 화가 났어. 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널 괴롭게 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 내 마음이 널 괴롭게 했다. 처음뿐 아니라 우리 함께한 지난날 모두,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이 널 괴롭혔고, 괴롭히고 있다. 사랑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다른 이들도 그러할까. 죽어서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담아. 이 멍청아. 이젠 됐어. 넌 다 했어. 이 장례를 끝내야지. 끝내고 살아야지. 아주 오래 살아야지. 너도 여기 있고 나도 여기 있다. 네가 여기 있어야 나도 여기 있어. 밖을 봐. 네가 밖을 봐야 나도 밖을 본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살아. 담아. 이 바보야.
구의 증명, 최진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