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축하합니다."
앳된 얼굴의 외국인 청년이 엄마를 보며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축하라고?
과연 내가 태어나는 것이 나와, 세계를 위해 축하할 만한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계속 자랐다. 그로부터 2년 후 IMF 금융위기가 터지고, 또 조금 더 지나 도심 한복판의 빌딩 위로 비행기가 날아가 박히고,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또 누군가가 누군가를 공습하고, 테러하고, 학살하다가, 온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몇년 후 그때의 나보다 겨우 조금 더 나이를 먹었을 뿐인 아이들이 바닷속에 수장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축하합니다."
또다른 청년이 자국어 억양이 섞인 인사를 건넸다. 낯선 발음의 인사에 엄마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비겁한 주제에, 나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겁도 없이, 외국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다가올 미래를 향해 그저 설레어. 그러고 있는데 우습게도, 나는 아무래도 엄마 아빠에게 끝없이 많은 불경을 저지르며 사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이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으므로, 나는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삶〔生〕을 향해 나가기〔出〕 위해 몸을 힘껏 뻗었다. 저 멀리서 구급차의 싸이렌이 들려왔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가문비나무의 향이 자꾸만 날아왔다. 가문비나무에도 향이 있던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까지 아직 말〔言〕을 갖지 못했던 나는 언젠가 내게 말이 생기면 다가오는 밤을 가득 채우는 소리와 향기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물컹하고 따뜻한 어둠을 찢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내 몫이 아닌 것만 같은 빛이 낯설어 잔뜩 인상을 쓰면서. 일천구백구십오년, 국경의 어느 이른 여름밤이었다.
국경의 밤, 백수린
또다른 청년이 자국어 억양이 섞인 인사를 건넸다. 낯선 발음의 인사에 엄마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 비겁한 주제에, 나는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겁도 없이, 외국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밖으로 나가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다가올 미래를 향해 그저 설레어. 그러고 있는데 우습게도, 나는 아무래도 엄마 아빠에게 끝없이 많은 불경을 저지르며 사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이제는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으므로, 나는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삶〔生〕을 향해 나가기〔出〕 위해 몸을 힘껏 뻗었다. 저 멀리서 구급차의 싸이렌이 들려왔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가문비나무의 향이 자꾸만 날아왔다. 가문비나무에도 향이 있던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때까지 아직 말〔言〕을 갖지 못했던 나는 언젠가 내게 말이 생기면 다가오는 밤을 가득 채우는 소리와 향기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용기를 내어 물컹하고 따뜻한 어둠을 찢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갑자기 쏟아지는, 내 몫이 아닌 것만 같은 빛이 낯설어 잔뜩 인상을 쓰면서. 일천구백구십오년, 국경의 어느 이른 여름밤이었다.
국경의 밤, 백수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