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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내 옆에도 여자가 있었다. 클럽에서도 밖에서도 별말 없던 아이. 그래서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아이. 거기 있었는지도 모르다가 모두 떠난 뒤에야, 아, 너도 여기 있었구나, 알아챈 아이. 생각해보면, 나 역시 그런 아이. 저 속에서, 우리에게도 빛이 났을까?

시간은 새벽 세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건데? 뒤따라 나온 G가 물었다. 순순히 계산을 했나 보다. 그러고도 나를 따라오고 있다니. 문득 미안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내가 왜 얘한테 짜증을 내고 있나, 사람을 왜 이렇게 함부로 대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득 공기가 청명해진 느낌이었다. 오늘밤은 이제 지난밤이 되었다. 지난밤 길바닥에서 일어난 이러저러한 일들을 차근차근 떠올려보니 불면증에 시달리며 이따금 꾼 복잡한 꿈 같았다. 하지만 저기 앞에 승희와 기태와 남수와 또 이름이 뭐랬더라, 지은이랬던가, 지은이 오순도순 걸어가고 있지 않나. 꿈은 아니었던 거다. 해장국 먹고 헤어질 때 지은의 전화번호를 꼭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은이랑 자는 사이가 되겠다는 건 아니다. 해장국값을 갚고 싶어서다. 죽지 않고 살아 있는지 가끔 확인도 해봐야 될 것 같고. 그렇게 확인을 하다 보면 나도 죽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고. 해장국을 먹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한숨 자고 나면 오늘이 다 지나가 있겠지. 그렇게 오늘을 흘려보내면 되는 거겠지. 하루쯤은 그래도 되는 거겠지.

하룻밤, 최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