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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마치고 바로 귀가했다. 할 일이 남았는데 몸을 더 썼다간 멘탈이 나갈 것 같다. 점심께 수영장에서는 오래 숨을 참았다. 몸이 한계를 느끼는 상황에서까지 남는 생각이라면, 필히 마무리 지어야 하리라. 그런데 오늘은 뭘 더 못하겠다. 덥고 고된 하루다. 돌아와 빠르게 샤워하고 찬 바닥에 드러누워 넋 놓는다. 와, 정말 기운 없다. 잠깐씩 이동하는데도 정말 더웠어, 그러면서. 곁에서 냉장고 고르느라 여념 없던 여자가 들으라는 음악을 플레이했더니 곧장 웃음이 번진다. 일전에도 피력한 바 있지만, 실로 음악의 힘이란 대단하다. 모든 창작물 중에 이토록 빠른 전환을 가능케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나는 좋아서 웃는다. 웃으면서 꼼꼼히 가사를 읽는다. 읽다가, 좋아하다가, 웃다가. 그걸 반복한다. 들이대고 느닷없이 사랑한다 고백한다. ‘내가 니 여름이고 밤이야.’ 여자는 가사로 대답하고 웃는다. 잘 웃는 사람은 자주 예쁘다. 일순 힘든 몸과 마음이 녹는다. 이토록 견고한 위로의 순간이 또 있을까. 내 곁에서 잔잔하고 평온한 너를 아낀다. 나를 정확히 알고 짚어주는 너를 깊게 신뢰한다. 필요한 걸 채워주고 쉬게 하는 네게 기꺼이 길든다. 나는 지금도 힘든 사람이고, 앞으로는 더 힘든 사람일 것 같지만, 그런 나를 이유로 너를 잃을까 자주 겁이 났지만, 이런 순간은 또 무척 믿어볼만한 것이어서 안심하고 눈을 감는다.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