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게 제자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배신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때의 너는 잘 몰랐겠지만,
분명히 선로를 이탈한 내가 그 무렵에 있었다.
그러니 내가 먼저였다.
잘려진 사람을 보는 마음은 설명할 길이 없어 오래 아팠다.
내가 자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너를 만든 팔 할이 나다.
책망하거나 미워했던 마음은 접었다.
세상에 그런 마음은 없어,
누가 누굴 무슨 이유로 미워하고 책망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내가 가소롭다.

지금이 제자리라고 생각한다.
한순간 스친 기분 같은 거라 아직 연약하지만,
이 연약함이 가장 본연의 상태일는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편안해질 날이 빠르게 오길 바라고.
더는 고마운 것 없이 미안한 것 없이,
그저 담담하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