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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이든 취미든 일 년에 하나씩, 뭔가를 했고 빠졌다. 내 호기심은 편협해서 관심 생기는 대부분은 구도와 조형으로 이루어지는 것들. 이제 시작하려는 물생활마저. 다 재밌긴 한데 집중력이 필요해 머리깨나 아프다. 내가 지금 가장 심란한 부분은, 멀쩡한 생물 데려와 날마다 폐사시키는 짓을 하게 될까 봐. 시행착오 과정에서 죽어 나가는 일은 불가피할 텐데 그 상황을 감당할 것이 몹시 부담된다. 내가 대단히 붓다적 사상을 가져서는 아니고. 거기 두면 살 놈을 여기 데려와 죽이는 짓을 하고 그걸 목도할 일, 다만 그 찰나가 괴로운 것이다. 이래저래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다. 나쁘고 이기적이다. 이거 다 나 예쁜 거 보자고, 나 좋자고 하는 짓이다. 알면서도 시작한다. 아, 이 부조리 시발. 때려치우게 된다면 아마 이 부분에 회의를 느껴서일 것 같지만, 아무튼 지금은 날마다 막연하게 기대한다. 이 취미 나랑 좀 잘 맞아서 죽은 물고기도 살려내는 미친 운빨이 따라주면 좋겠다고. 이왕 시작한 거, 최선을 다해 살려야지. 더 안 자라도 돼. 번식이라니, 물내 연애 금지다. 죽지만 마. 우리랑 살자. 놀자.

“초승달을 만난 어느 밤,
어느 한 손이 뒈진 물고기를 건져내리라.”
“야이 두즘생아.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