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 옆구리에 한칼 먹은 거처럼 흉터가 있었는데.
수족관이 워낙 정신없어 나는 그걸 집에 와서야 발견했다.
블랙 워터라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래서 블랙 워터 정말 좋아하지 않아.
하여튼, 그 부분이 점점 자라더니 핏방울이 맺혔고
악성인지 양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종양 형태로 발전됐다.
더 미룰 수 없어 오전에 제거하기로 하고
정보를 찾고 시뮬레이션했다.
어릴 적부터 집에 개를 여러 마리 길렀고
예방접종이나 수액을 넣는 등, 웬만한 처치는
어머니께 배워 내가 직접 해주기도 했으니
만지고 처방하는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감 없고 덤덤했다.
다만 워낙 작고 여린 데다 물밖에서
스트레스받으며 견뎌주는 시간에 한계가 있어
신속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 정도.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련한 작은 침상 위에 올렸는데
워낙 활동성이 좋은 놈이라 파닥파닥 난리가 났다.
젖은 티 페이퍼로 덮어 눈을 가려주니
어느 정도 안정은 됐는데. 미칠, 그때부터는 내 손이 덜덜.
긴장이 가시질 않아 심호흡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워낙 물컹한 물성에다 자르기 힘든 형태로 자라
세 번에 나누어 절제했고 소독하고 약을 바른 뒤 돌려보냈다.
수조에 천을 덮어 최대한 어둡게 하고 약욕 중이다.
힘들어 아가미를 빠르게 움직이는데,
그래도 눕지 않고 바로 선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도 잠깐 엎어져 쉰다.
살다 살다 별. 물고기 종양 제거까지. ㅋㅋ
웃음이 난다. 인생, 어디까지 살아 봤니.
애정을 가지면 집중력은 자동 벌크업.
좋아하면 다 해낸다.
“나 좀 토닥토닥해라.”
“의대 st 오빠. 토닥토닥.”
“레이아웃, 미대. 각종 장치 조립 및 자작, 공대.
수초 관련, 농대. 치료 및 처치 처방, 의대.
씨발! 세상 개뿔 쓸모없는 법대.”
“ㅋㅋㅋㅋㅋ”
면밀히 관찰해 조기 발견할 것.
절대, 시기 놓치지 말 것.
약욕이건 수술이건 컨디션 좋을 때 처치할 것.
약물은 가급적 정량을 사용할 것.
온도 유지에 만전을 다할 것.
이렇게만 되면 아주 높은 확률로 빠르게 완치되고.
가벼운 병증이라도 컨디션이 엉망이면
치료 기간 길어지고 어려워진다.
많은 경험적 정보를 수집하되,
케이스마다 환경과 조건이 판이하므로 잘 걸러낼 것.
내 상황에 맞는 처방을 판단하고 선택했다면 과감할 것.
무엇보다 냉정할 것.
원칙을 세우고 잘 해왔는데,
손을 떨었어. 냉정에 실패했어.
이게 뭐라고 나를, 이토록, 졸지에 두렵게 하나.
생명이란 얼마나 무겁고 대단한가.
가엾고 애틋해 죽는 줄.
미안해.
우리 꼬마야,
덕분에 값진 경험 했다.
다 나으면 주말에 활전복 쏜다 내가.
모쪼록 잘 회복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