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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야,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
“옷이 왜 없어요.”
“섬유유연제 냄새가 바껴서 입을 수가 없다.
수건도 못 쓰겠다.”
“유연제가 왜 바껴요.”
“몰라. 냄새가 다르다. 바꼈다.”
“괜한 트집 잡지 말아요.”

어머니는 일 봐주시는 분께 확인 전화까지 했다.
당연히 바꾸셨을 리 없다. 요새 아버지랑 사이도 별론데,
더 얄미워져서, “가지 말고 쭉 더 계시죠?”
밤에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웃는다.
“너무 닮았다. 당신은 정말 너무 아버님 아들이야.”
어. 나도 웃지만, 이 웃음이 누굴 향한 건가 싶다.

있잖아,
나를 속상해 말고 아버지를 서운해 마.
그날 행여 끌어안고 눈물이라도 보이셨으면,
아마 더 힘들어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형이랑 편하게 지내다 온 거고.
나는, 아버지가 끝내 아버지로 사시길 바란다.
그것이 줄곧 나와 부딪히는 일이 되더라도 말이다.
걱정할 것 없다. 아버지를 상대로는 항상 튼튼하다.
맷집 좋게 길러졌다. 그건 당신도 잘 아시리라.
해서, 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