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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21
말티는 서열에 순응하는 견종이 아니다. 나이 먹었다고 오냐오냐했더니, 고집만 늘어서 깨물어버리고 싶은 순간 종종 있지만, ‘아름이 참 깨끗하고 곱게 나이 들어간다.’ 오랜만에 보는 형이 그래 줘서 뭉클. 알록달록 낙엽을 붙이고 총총 잘도 걷는 가을 어르신, 걸음마다 아프지 말라고 이렇게 오래 함께 걷자고, 이듬해도 또 그다음 해에도 계속. 내 손에 감긴 이 리드 줄이 굳건하기를. 이른 아침, 밤새 대숲에 고인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차갑고 깨끗한 공기 속에 전에 못 봤던 모습들이 보이고. 여기 참 조용하고 좋은 곳이구나. 가을이 깊다, 아름아. 코가 차네, 아름아. 사랑해, 아름아.
June, 2021
물이 되는 꿈을 오래 듣는다. 지난 12일 머루가 떠났고. 녀석을 핑계로 나는 조금 울었다. 최근 앵두와 망고가 머루 있던 자리에 번갈아 드나든다. 동물도 그들만의 추모가 있다고 형이 그러던데, 알 수 없는 일이다. 니가 고래로 태어나면 좋겠다. 다시는 무엇으로도 태어나지 않으면 더 좋겠다. 차라리 가사처럼 강이나 파도나 바다가 되면 좋겠다. 우리에게 많은 기쁨을 주는 동안 최선을 다했는지 모르겠네. 작고 귀엽던 우리 동네 바보. 지금쯤 좋은 곳에 가 닿았으려나. 잊지 않을게.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 생각할게. 후회 같은 건 말자 다짐한다. 그럴 바에야 오늘, 지금 뭘 좀 더 하는 게 낫지 않겠나. 괜히 마음만 분주한 일상에 천천히 정을 붙여보려는 중. 라이카 라인업을 마쳤으나, 여전히 멈춰 있다. 시작..
March, 2021
꼬리 테일 레이 네 대가 꺾였다. 배송 중에 어떤 난리를 쳐야 이게 가능한지 잘 모르겠고. 파악하고 보낸 건지. 파악하지 못하고 보낸 건지. 정말 배송 중에 일어난 일인지 알 길 없다만, 여러 말 하기 귀찮고. 나는 얘가 퍽 마음에 들기 때문에. 꺾인 레이 위쪽으로 살짝 올려 절제하고 새로 자라게 할 생각이다. 문제는 이게 유전적 기형이면, 답 없이 또 꺾여 자라는 건 아닐지. 그게 그럴 수 있는지는 일단 해 봐야 알겠고. 만약 그렇다면 배송 중 사고란 말도 거짓이 되는데. 그게 아니라도 수입 후 너무 빨리 보낸 게 아닌가. 이 부분도 찜찜했고, 안타깝다. 축양은 셀프란 말인가. 덕분에 나는 또 자라겠네. 쑥쑥. 아무튼, 홍빠오 니 미래에 내 부정심은 1도 없다. 고로 너는 괜찮을 거다. 살구만큼만 협조..
February, 2021
물생활이 고상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세팅 완료 후 생물 입수 전까지. 투입 후 고상함은 사라지고 곧장 환수 노예. 물론 노예 단계를 초월하고 나면 환수 중독이 오는데, 나는 지금 이 단계를 살짝 넘어서는 중. 이유는, 새 물이 받아지는 동안 손 넣고 요놈들이랑 잠깐 노는데 메루는 손바닥 위에 새처럼 올라와 연신 쫍쫍, 똑똑한 앵두는 화방 모래 터느라 한 번 잡았더니 손바닥 위엔 안 오고 주위를 맴돌며 간 봄. 영리한 놈. 큰 특징 없이 무던한 맹고는 앵두만 따라다님. 그리고 쌜구. 이 새끼는 그냥 사람을 좋아함. 누구 손이라도 다 좋아할 새끼. 하필 그게 나일 뿐. ㅋㅋㅋㅋ 하여튼 그 짧은 몇 분이 정말 귀엽고 좋아서 고단한 줄 모른다. 지갑이... 털린다.
January, 2021
유막 제거기를 사려고 아쿠아 가든 기흥점에 갔다가 오란다에 넋을 잃고. 결국, 두 자 광폭 어항도 제작 중. 예산? 그게 뭔데. ㅋㅋㅋㅋ 여과기만 네 대를 지름. 오란다 수컷으로 예쁜 녀석 두 마리 예약했다. 벌써 이름도 정함. ㅋㅋㅋㅋ 나 시발 다신 물고기에 이름 주고 정 주고 그런 거 안 하려고 했건만. 앵두야 머루야, 일요일에 데리러 갈게. 다시금 도른 자. 망했어. 까지 쓰고, 일요일 한파를 뚫고 대전까지 달렸다. 수족관에서 내가 고른 두 놈이 단연 눈에 띄게 이뻐. 예약된 어항 안에서 살랑 놀고 있다. 벅차네. 두 놈을 데리고 미친 듯이 돌아와 세 시간 물 맞대고 검역하고 투입. 새 어항이 올 때까지 적응 좀 하고 있거라. 바닥재 고민만 사흘 했다. 품절 날까 봐 안 알려줌. ㅋㅋㅋㅋ 뭐가 불만..
December, 2020
어항 도착. 가슴이 웅장해진다. ㅋㅋㅋ 이 사이즈엔 금어가 딱인데, 꾹꾹 참고 시밀리스 새끼들이 성어가 될 때까지. 다시금 물태기가 올 때까지 시클리드로 유지하자. 다독다독. 새삼 물생활이 너무 좋아. 다시 태어나면 세 살부터 시작할 테다. 막상 옮기려니 예산을 웃돌게 준비할 게 많아졌다만, 내가 예산을 생각했다는 자체가 놀랍네? 막걸리 한 병이면 태산도 옮겨주실 형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사서 하는 고생에 동참해준 김 팀장 고맙네. ㅋㅋ 밀린 일은 마무리되고, 멈춘 일들은 다시 시작되는 연말 평온하고 즐겁다. 차근차근 천천히, 부디 신중하게. 작은 꼬물이 하나도 놓침 없이 무사히 이사할 수 있기를. 얘들아, 이번에도 형이 최선을 다해볼게. 조금만 기다려.
November, 2020
아름이 스케일링. 발치하고 잇몸 봉합. 선행된 혈액 검사에서는 모두 양호. 지난번 조금 높았던 간 수치도 정상 범위. 선생과 함께 이빨을 보려고 내가 녀석을 잡은 상태에서 마취를 했는데 순식간에 내 손에서 흘러내리던 너. 눈이 뜨겁고 심장이 쿵쾅대고 미칠 뻔. 이 모습이 내가 볼 마지막이겠지, 생각하니 돌겠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또 깨발랄. ㅋㅋㅋㅋ 중성화 이후 더 편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체중 관리도 잘 되고 있다. 너무 먹고 싶어 하지만 너무 안 줌. 덕분에 애교 스킬이 늘었어, 새끼가. 올해 종합접종도 다 끝났고. 다음 주 잇몸 실밥 풀고 나면 2020 아름이 미션은 완료. 연말, 귤 까먹고 따뜻하게 보냅시다. 어항을 세 자 광폭 하이로 바꾸기로 했다. 이번엔 주문 제작이라 직배송 받기까지 꽤..
October, 2020
다이너마이트를 듣는다. 오늘 마음이 좀 풀렸나 봐? 아니. 그냥 초월함. ㅋㅋㅋㅋㅋㅋ 넷마 화이팅 ㅋㅋㅋㅋㅋㅋ 요즘 주식 하는데,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집어넣자니, 그것도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라 나 막 머리 터질 것 같네. 용어들이 입에 붙자, 차트를 줄줄 읊는다. 미친 건가? ㅋㅋ 단시간 참 많은 걸 경험 중. 막장에서도 종목 보는 눈은 좋은 편, 그러나 감정적 매수질. ㅋㅋ 순식간에 단타 세 번 돌려도 보고, 스윙도 하고, 장투도 하고, 매도를 예술 수준으로 쳐보기도 했으나, 물렸어. 자발적 의지로 물린 놈은 처음이지? ㅋㅋㅋ 대기업 승계가 뭐라고 지분 구조를 파악하고 재드래곤 상속세를 고민한다. 이 좋은 가을에. 얼마 전 글로비스에서 낸 수익은 좋은 일에 먼저 썼다. 수익 나게 해주세요. 사심 담아..